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인공지능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입니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짜며, 인간의 사고를 보조하는 시대. 그렇다면 이 시대에 자녀에게 진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코딩일까요? 데이터 분석력일까요?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 즉 표현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왜 묘사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할까?
AI는 인간의 명령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AI는 사람의 감정을 ‘눈치’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뇌 속의 모호한 의도나 추상적인 욕망은 읽지 못합니다. 오직 ‘정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서만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멋있는 포스터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는 것과
“검정 배경에 붉은 불꽃이 퍼지는 스타일의 포스터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는 것에는 결과의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합니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AI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성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입니다.
실제 묘사 능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예시들:

- 젓가락을 설명해보자.
손짓 없이, 말로만 젓가락을 묘사하라고 했을 때 어떤 아이는 “길고 얇은 막대기 두 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묘사력이 있는 아이는 “금속이나 나무로 만들어졌고, 손으로 쥐는 쪽은 조금 두껍고 끝은 뾰족해지며, 음식을 집기 좋게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의 방을 묘사해보자.
“그냥 침대랑 책상이 있어”가 아니라, “창가 쪽에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커다란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노란 조명이 달린 스탠드와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어요”처럼 말할 수 있는 아이가, AI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더 잘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상상 속 괴물을 그려보자.
“무섭게 생긴 괴물”이라고만 말하면 AI는 막연한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눈이 셋이고, 피부는 초록색에 비늘처럼 거칠며, 입에서는 파란 불꽃이 나오는 괴물”이라고 묘사하면, 훨씬 더 정밀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처럼 묘사력은 단순히 말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머릿속 이미지를 정확히 꺼내어 언어로 변환하는 훈련입니다. 그리고 그 훈련이 쌓일수록,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더 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지금까지의 교육은 정답을 외우는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문제를 ‘정확히 묘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며, 협업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다음과 같은 활동들을 통해 묘사력과 표현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 하루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기
- 이미지를 보고 장면을 묘사해보기
- AI(챗봇, 이미지 생성기 등)에게 지시를 내려보고 결과 비교하기
- 내 생각을 글로 써보고, 친구와 교환해서 읽기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말하기/쓰기 능력을 넘어서, 사고의 구조를 명확히 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언어로 구조화하는 능력까지 키워줍니다.
‘Prompt 능력’은 미래의 문해력
앞으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AI를 활용할 때, 그들이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요청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입니다. 이 능력은 **‘프롬프트 능력(prompt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문해력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은 단지 기술적인 스킬이 아니라, 아이의 상상력, 논리적 사고력, 언어적 표현력, 구성 능력의 종합적인 결합입니다. 결국, 인간이 AI 위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바로 이 ‘설명력’인 것입니다.
결론: 아이의 언어를 키워주는 것이 곧 미래 경쟁력
자녀가 AI 시대에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설명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생각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생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AI를 명확하게 지휘할 수 있도록, 언어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바로 미래 인재로의 길을 여는 핵심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