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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복제자살 -테세우스의 배

Posted on 2025-07-242025-07-24 By 시드발아

도시 외곽의 작은 집. 그곳엔 박사가 혼자 살고 있었다. 세상은 그를 존경받는 생명과학자로만 알았지만, 사실 그는 은밀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었다. 박사는 집 앞의 낡은 창고를 통해 비밀의 계단을 내려갔고, 그 아래 숨겨진 지하 실험실에서 생명을 복제하는 실험을 즐겼다.

식물과 동물을 복제하는 일은 어느 순간 지루해졌고, 마침내 박사는 오랫동안 금기처럼 여기던 실험에 손을 댔다. 바로 자신을 복제하는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의 지하에서 태어났다.

태어났다고 말하기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처음 눈을 떴을 때 이미 성인의 모습이었다. 거울을 통해 나와 똑같은 얼굴이 놀라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박사는 내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환영한다. 또 다른 나.”

우리는 너무나 잘 맞았다. 생각, 취향, 목표, 심지어 꿈과 욕망까지 똑같았다. 우리는 함께 연구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고, 혼자서는 결코 이루지 못했을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사는 나보다 외출하는 시간이 많았고, 나는 주로 지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내가 그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박사는 불안해했다. 그는 ‘진짜’였고, 나는 ‘복제’였으니까. 그는 나의 존재를 조금씩 무시하려 했고,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우리는 결국 지하 실험실에서 현실을 마주했다.

“너는 이제부터 내 보조일 뿐이야.”
박사는 단호히 말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난 너와 같아.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 나도 알아. 넌 두려운 거야. 내가 네 존재를 빼앗을까 봐.”

그는 분노에 차서 나를 밀쳤다. 나는 실험 장비 위로 쓰러졌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손바닥에 박혔다. 하지만 나의 고통조차도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내 목을 조르며 말했다.
“넌 내가 아니야. 네 존재는 잘못된 거야!”

나는 그의 손목을 잡고 속삭였다.
“그래? 네가 나를 만들었는데, 내가 잘못된 거면 너도 잘못된 거야.”

박사는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에 혼란이 스쳤다. 손목의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나는 그를 밀쳤다. 그는 뒤로 쓰러지며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피가 흘렀다. 붉은 피는 나의 피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서서 그를 지켜보았다. 눈을 감으며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속삭였다.

“내 손으로 나를 죽였지만,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구나.”

그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

이제 세상엔 나 혼자 남았다. 나의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같은 모습의 우리를 보며 살인인지 자살인지 혼란스러워했다. 나를 용의자로 지목할 모든 흔적과 증거는 그가 만든 것이었다. 지문, DNA, 흔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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