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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정신과 의사 밀턴 H. 에릭슨(Milton H. Erickson)은 심리치료, 특히 현대 최면요법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는 기존의 정형화된 치료법을 비웃듯이, 상식을 깨부수고, 인간의 무의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법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가 창조한 ‘활용테크닉(Utilization Technique)’은 단순한 치료법이 아니라, 심리치료의 판을 갈아엎은 파격적인 철학이자 전술이었습니다.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활용테크닉을 단순히 정신적 치료의 목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활용테크닉과 가스라이팅의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 기법이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 특히 ‘교육’의 목적으로 어떻게 하면 부작용 없이 잘 활용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활용테크닉(Utilization Technique)란 무엇인가?
에릭슨의 활용테크닉은 “있는 그대로를 사용하라”는 극단적으로 실용주의적인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환자가 가진 문제, 약점, 저항, 심지어 치료실에서 발생하는 ‘우연’까지, 에릭슨은 모든 것을 치료의 자원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현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수업에 자주 끼어드는 학생을 “문제아”로 몰기보다
“네가 가진 호기심과 에너지를 이번 토론의 리더 역할로 써보자”고 제안합니다.
학생의 저항과 산만함마저 ‘참여와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시:
- 환자가 저항을 보이나? 에릭슨은 그 저항 자체를 치료에 ‘활용’한다.
- 환자가 불안에 떠는가? 그 불안의 에너지를 변형해서, 오히려 최면상태로 유도한다.
- 학생이 수업에 끼어들며 저항을 보이? 선생님은 그 저항을 토론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 학생이 불안하거나 산만하다면? 그 에너지를 모아 역할극, 발표 등 적극적 참여로 이끈다.
활용테크닉의 충격적 본질
에릭슨 이전의 정신과 의사들은 교과서적 진단과, 정형화된 치료기법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에릭슨은 달랐다.
“당신이 가진 그 결함, 그 문제, 그 난장판, 전부 내 치료의 도구다.”
환자가 보인 모든 반응, 심지어 ‘치료실에서 나가겠다’는 위협까지도
에릭슨에게는 ‘치료의 일부’로 변환된다.
실제로 그는, 자살 충동이 있는 환자에게, 그 충동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간단요약 – 에릭슨식 활용의 미친 설득력
- 한 소년이 “난 절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선언했다.
에릭슨은 그에게 “그렇다면, 지금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해봐. 진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보자.”
소년은 버티다 결국 행동하게 되었고, 이 ‘저항’ 자체가 변화의 동력이 되었다. - 거식증 환자에게는 “네가 음식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힘을 다른 곳에 써볼래?”
즉, 자멸의 에너지를 ‘생존’의 에너지로 바꿔버린다.\ - 심리치료에서 ‘문제’나 ‘저항’은 대개 장애물로 인식된다. 하지만 에릭슨은
“저항? 그거야말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자원” 이라 선언했다.
환자의 결함, 약점, 두려움, 심지어 사회적 금기까지 전부를 심리적 변화의 도화선으로 쓴 것이다.
에릭슨의 ‘활용테크닉’ 실제 사례
1. “말을 더듬는 소년”
자신감이 바닥이고, 항상 말을 더듬는 소년.
에릭슨은 소년에게
“오늘은 일부러 더 심하게 말을 더듬어봐.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사람들이 쳐다볼 만큼 해보는 거야.”
소년은 놀라서 “그럴 수 없어요!”
하지만 결국 도전했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 소년의 더듬거림은 줄어들었다.
2. “자살충동 환자에게 준 미친 처방”
강한 자살충동을 가진 여성 환자.
수십 명의 의사가 “위험하다”며 손을 떼버린 경우였다.
에릭슨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으려면, 단 한 번도 네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봐라.
지금까지 해온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야 네 ‘진짜 죽음’에 가까워질 수 있다.”
여성은 이 말을 듣고, ‘죽음’ 대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색하게 됐다.
에릭슨은 자살 충동 그 자체를 활용,
“죽고 싶은 욕망을, 네 삶을 바꿀 에너지로 써라.”
라고 유도했던 것이다.
3. “최면 중에 욕설을 퍼붓는 환자”
에릭슨은 한 번도 치료를 받아본 적 없는, 반사회적 성향의 남성 환자를 만났다.
최면 상태에 들어간 이 남자는 갑자기 에릭슨에게 쌍욕을 퍼붓고, 심지어 의자를 집어던지려 했다.
대부분의 정신과의사라면, 즉시 치료를 중단하고, 보호자를 부르거나 경찰을 호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릭슨은 달랐다.
그는 침착하게 환자의 욕설을 ‘받아주고’, 심지어 더 심한 욕을 먼저 날렸다.
“그래, 니가 세상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나도 안다.
나도 한때 너처럼 모든 게 더럽고 구역질났다.
하지만 너처럼 이렇게까지는 못 미쳤지.”
환자는 처음엔 당황,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이 ‘욕설’과 ‘분노’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에릭슨은 그 감정을 “지금부터 자기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데 써라”고 유도했다.
환자는 이후, 자신의 분노가 ‘파괴’ 대신 ‘재건’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걸 경험했다.
4. “사디스트 소녀에게 가한 충격요법”
10대 소녀.
동물 학대, 자해, 자기 몸에 담배로 화상을 내는 극단적 사디스트 성향이 있었다.
보통 의사들은 ‘강한 처벌’ 혹은 ‘감금’만을 생각한다.
에릭슨은 전혀 다른 방법을 썼다.
그녀에게 “네가 네 몸에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부터 너 스스로에게 매일 ‘가장 친절한 말’ 한 마디씩을 남겨야 한다.
그걸 못 하면, 네가 제일 싫어하는 남의 앞에서 약점을 고백해야 한다.”
이 ‘자기 학대’와 ‘부끄러움’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전복,
고통에 쾌감을 느끼던 소녀는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처음으로 깨닫는다.
이후 그녀는 점점 자해를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5. “강간 피해자, 트라우마를 역전시켜라”
성폭행 피해로 극심한 트라우마와 공포, 수치심에 갇혀 있던 여성.
에릭슨은 상담 초반, 피해자의 고통을 억지로 ‘잊으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트라우마를 있는 그대로 말하게 하고,
그 순간의 공포와 분노, 수치심을 반복해서 말하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부터 그 기억이 찾아올 때마다,
네가 네 자신에게 ‘나는 그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선언하라.”
“그 남자는 네 삶을 망쳤지만,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다는 건,
너만이 갖고 있는 힘의 증거다.”
피해자는 점차 자신의 상처를 ‘무력감’이 아니라
‘생존과 힘’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에릭슨은 트라우마를 ‘지워주는’ 게 아니라
트라우마 자체를 자존감의 근원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6. “섹스중독자에 대한 에릭슨의 역설”
한 남성이 “자신이 성욕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기존 치료자들은 금욕, 절제, 약물치료만을 처방했다.
에릭슨은 그에게
“오늘부터 네가 성적 충동을 느낄 때마다, 그 느낌을 종이에 적어라.
그리고 그걸 모아서,
1주일에 한 번씩 나에게 ‘읽어줄 것’을 약속해라.”
이 남성은 처음엔 부끄러움에 질색했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충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고,
충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에릭슨은 ‘섹스’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욕망과 부끄러움을 치료의 도구로 삼아
환자가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7. “가정폭력 가해자를 개조하다”
자신의 분노를 아내와 자녀에게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남자.
법원 명령으로 강제 치료.
에릭슨은 그에게
“네 분노가 진짜로 향해야 할 대상은 네 가족이 아니라,
네가 평생 외면해온 네 자신이야.”
“오늘부터 가족에게 화가 날 때마다,
그 감정을 자기 얼굴에 써붙이고,
거울 앞에서 10분 동안 자신의 표정을 관찰하라.”
남자는 처음엔 화를 내며 거부,
그러나 반복 끝에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인간’이었는지 마주하게 됐다.
이 충격으로 그는
자신의 분노를 ‘가족 파괴’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책임’의 원천으로 삼는 훈련을 받게 된다.
에릭슨의 활용테크닉과 ‘가스라이팅’
1. 표면적 유사성
- 둘 다 상대방의 무의식, 감정, 약점, 심리적 반응을 활용한다.
- 둘 다 상대방의 현실 인식, 자기 감정, 행동 패턴을 조작하거나 변형한다.
- 실제로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는 상태에서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지점만 보면,
“에릭슨의 활용테크닉도 일종의 심리적 조작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2. 결정적 차이 – ‘의도’와 ‘윤리’
가스라이팅(Gaslighting):
- 타인의 현실감각, 자존감,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하여,
가해자의 통제, 이익, 지배를 위해 상대방을 길들인다. - 목적이 파괴적이고, 상대방의 삶을 무너뜨리는 게 본질.
에릭슨의 활용테크닉:
- 상대방이 가진 결함, 저항, 트라우마,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와 ‘변화’의 에너지로 바꾼다. - 상대방이 스스로 변화하게끔,
주체성, 자존감, 생존력을 되찾도록 돕는다. - 목적이 건설적이고, ‘강화’와 ‘회복’에 있다.
3. 윤리적 경계의 ‘위험성’
여기서 충격적 진실 하나:
치유라는 명분 아래, 충분히 위험해질 수도 있다.
- 에릭슨조차 “최면”과 “무의식적 유도”를 사용했기에,
권력과 책임의 윤리를 끝까지 요구받았다. - 잘못된 의도,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쓰인다면,
**활용테크닉도 가스라이팅 못지않은 ‘심리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즉, 둘의 차이는 ‘의도’에 따라 천사와 악마로 갈린다.
동일한 기술이,
- 한쪽에서는 사람을 살리고
- 다른 쪽에서는 사람을 부숴버릴 수 있다.
4. 현실적 교차점 – 그레이존(Gray Zone)
- 치유와 조작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 심리적 개입이 극단적으로 강할수록,
상대방의 현실 인식이나 기억을 바꿀 위험이 커진다. - 그래서 에릭슨의 후계자들, 현대 최면치료사들도
늘 윤리와 동기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결론 – “활용테크닉과 가스라이팅: 같은 칼, 다른 손”
- 에릭슨의 활용테크닉은
“당신 안의 문제와 저항, 그 에너지를 네 삶의 연료로 바꿔라”는 혁명적 치유법이다. - 가스라이팅은
“당신의 현실을 조작해, 내 마음대로 네 삶을 부숴버리겠다”는 심리적 범죄다. - 에릭슨 활용테크닉과 가스라이팅은
둘 다심리적 기술, 인간 이해, 무의식의 조작이라는 ‘같은 칼’을 쥐고 있다.
하지만
칼을 쥔 손의 의도,
관계의 윤리,
주체성 보장이라는
‘딱 한 끗’에 따라,
그곳이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