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seedbala 씨드발아

SEEDBALA

정성글은 에세이에, 나머지는 막글,,, (instagram: @seedbalah)

  • 홈
  • Essay
  • 각종테스트🫰🏻
  • 식물
    • 식물 팁
    • 나의식물
  • 기타 잡다
  • Toggle search form

다중자아와 자기소외 사이에서 (‘진짜 나’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Posted on 2025-07-062025-07-08 By 시드발아

(이 글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바다에만 가면 내가 달라진다.

도시에서의 나는 말수가 적고 조심스럽다.
복잡한 일정과 책임감,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말투는 짧아지고, 표정은 무덤덤해지고, 까칠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다에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서핑 보드를 들고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하면,
마치 어딘가에 숨어 있던 내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파도에 휩쓸려 통돌이를 당해도 싱글벙글 웃고,
처음 본 사람과도 아무렇지 않게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서핑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해본 이들이 많다.
도시에선 말 없고 무표정하던 사람이,
바다에서는 누구보다 밝고 유쾌해진다.
농담이 자연스레 늘고, 몸짓도 커지고,
나를 움직이는 리듬이 바뀐다.

그렇게 생기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을 이어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곤 한다.

“나 평소엔 이런 사람 아닌데…”
“바다만 오면 왜 이렇게 달라지지?”
“이건 그냥, 여기서만 만들어진 가짜 모습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것 또한, 진짜야.”

사람은 하나의 자아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왔다.
사람은 본래 하나의 자아만 가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환경, 역할,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들을 드러낸다.
이걸 다중자아(Multiple Selves), 또는 **상황적 자아(Situated Self)**라고 부른다.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과의 나, 연인 앞의 나, 그리고 바다에서의 나.
그 모두가 진짜 나다.
그건 가면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감정과 에너지를 꺼내는 유연함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의 역할이론(Role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선 직장인 역할, 집에선 가족 역할,
그리고 바다에선 한명의 서퍼 동료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즉, 내가 바다에서 더 웃고, 더 말이 많아지는 건
어설픈 가면을 쓴 내가 아니라,
그 역할과 환경이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꺼내는 유연함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순간이다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
“이런 모습은 나답지 않아.”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에 가두기 시작하면,
그건 곧 자기소외(self-alienation)로 이어진다.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을, ‘원래의 나답지 않다’는 이유로 점점 표현하지 않게 된다.

자기소외는 내 안에 있는 감정, 욕망, 자아의 일부를
“이건 내가 아니야”, “이런 감정은 없어야 해”라며 억누르는 상태다.

그걸 계속 반복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점점 스스로를 잃어간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되, 무책임하게 드러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감정이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표현하고 살면
오히려 사회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이건 중요한 문제이다.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지 말자는 말이,
충동적으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자기표현(self-expression)과 충동 발산은 다르다.
진짜 ‘나답다’는 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되,
그걸 성찰하고 책임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
이다.

내가 지금 화가 났다는 걸 인정하되,
그 화를 어떻게 말하고 언제 말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억제가 아니라 ‘자기조절‘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자기표현의 핵심이다.


더 유연하게 살아도 괜찮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똑같으려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변화 속에서도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에서의 조심스러운 나도 나고,
바다에서의 느긋한 나도 나다.
여러 자아들이 공존하고, 때론 부딪히며, 나를 완성해간다.

‘진짜 나’라는 건 없다.
나에겐 상황마다 다른 모습들이 있고,
그때그때 알맞게 꺼내 쓰는 내가 있을 뿐이다.
‘나’라는 존재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굳이 정의할 필요도 없다.

Essay

글 내비게이션

Previous Post: 몬스테라 보르지시아나 바리에가타 식물 키우기 Tip
Next Post: Easy Korean Recipes for Beginners: Simple Dishes Anyone Can Cook

More Related Articles

나혼자 여행, 우리 모두는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에릭슨의 ‘활용테크닉’ 그리고 ‘가스라이팅’과의 미묘한 차이”
당신의 광기는 전략적이여야 한다.
인간미의 역설: 따뜻함과 냉정함 사이에서
“정상이라는 이름의 무리, 현실에 둔감한 자들”
상처뿐인 승리, 피로스 왕의 광기

Copyright © 2025 SEEDBALA.

Powered by PressBook Green WordPress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