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은 평온한 일상의 틈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특히 그 중심에 중국의 대만 침공이 놓인다면, 이 불안은 한층 더 깊어진다. 실제로 대만 해협은 오늘날 가장 긴장된 국제 분쟁의 하나로, 그 파국적 확산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1. 배경과 현재 긴장의 축적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대만 통일은 역사적 당위이자 정치적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대만은 민주적 정치 체제와 다양한 실체적 현실을 바탕으로 독립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고, 미국과 일본 등과의 비공식 관계를 통해 사실상 국제무대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은 대만 해협의 평화를 지지하며 연합 군사훈련과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실탄 훈련, 군용기·함정의 지속적 전개를 통해 대만 주변의 군사 활동을 강화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 영역에서도 충돌하는 가운데, 대만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현재의 정세를 설명한다.
2. 긴장 고조 → 침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들
경제 위기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거나 정치 내부 불평등이 극에 달하면, 지도부는 대만 침공을 통해 정국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대만 독립 움직임
대만이 독립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려 한다면, 중국은 이를 ‘분리주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무력을 포함한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
군사적 실수나 갈등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 훈련이나 비행기 근접 운용 중 사고가 발생하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개입 정도
미국의 군사·외교 개입이 위협적 수준일 경우 중국은 침공 시점을 더 서두를 수 있다.
3. 침공 시나리오 단계별 전개
A. 봉쇄 및 제한된 군사 작전
- 공중·해상 봉쇄: 중국 군이 항공차단식별구역(ADIZ)을 확장하고 군함으로 해협 통제를 시도.
- 정밀 타격: 전자전·미사일을 이용해 대만의 방공망, 기지, 통신·지휘 체계를 마비.
- 상륙 병력 투입: 상륙함과 기계화 사단이 서부 해안에 상륙해 주요 도시 점령 시도.
이는 단기전을 노린 전략으로, 중국은 점유한 거점에서 ‘힘 과시’와 협상을 병행할 수 있다.
B. 전면 침공
- 경제 봉쇄와 연계된 병합 작전: 대만 본토 전역을 목표로 장기전에 돌입.
- 어뢰와 해상작전 확대: 대만 해군·상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
- 공격형 폭격 및 고공 낙하부대 투입: 육군 입체 작전을 통해 수도 타이베이 진입 시도.
이 경우 침공 기간이 길어 하이테크 전력이 중요한 역할이 되며, 미국·일본 등의 실질 개입이 시작된다.
C. 국제 연합 개입과 전면전
- 미국의 ‘타이완 관계법’ 발동: 무기 지원과 정보·자문 지원에서 유인력있는 군사 개입으로 전환.
- 동맹 해군 충돌: 중국 해군 및 해 경비와 미국, 일본, 호주 등 태평양 동맹군이 해상 충돌 발생.
- 사이버 전쟁과 위성 교란: 물리적 전투와 동시의 정보전이 전투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3차 세계대전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4. 호전의 위험과 핵 억지력
핵무기를 사용하진 않더라도, 핵무기의 존재가 양측의 행동 범위를 억제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모두 ‘상호확증파괴(MAD)’ 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대규모 핵무기 사용은 양국 모두에게 엄청난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이는 동시에, 침공 강도를 제한하거나 전조 없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억지 효과도 가진다.
하지만 비핵 작전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다. 실제로 전면전 개시 뒤 핵 사용 논의가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한순간의 오판과 결단에 달려 있다.
5. 결과와 파급
- 대만 사회의 인적·물적 피해는 상상 이상의 규모로, 수십만 명의 민간 피해가 예상된다.
-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경제 위기: 반도체 제조 중심지인 대만이 마비되면 전 세계 산업에 충격적 파장이 일어난다.
- 안보 질서 재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경제 동맹이 재정비되며 국제 관계가 급변할 수 있다.
- 핵 없는 전쟁, 그러나 정보·경제·심리전이 핵심: 세계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쟁에 직면하게 된다.
6. 평화를 위한 시사점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분석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유지해 갈지가다.
- 외교적 해법 강화
-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위험 완화 메커니즘’을 활성화하고, 중재 역할을 담당할 다자 간 협의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
- 위기 대응 매뉴얼 정립
- 군사 사고 발생 시 대화 채널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핫라인 강화 및 예측 가능한 지침 마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경제적 상호 의존 확대
- 상호 시장 의존도를 높여 전쟁의 비용이 지나치게 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 국제 사회의 역할
- 유엔 등 국제기구의 조기 개입과 입국 제한·제재 등 평화적 수단을 동원한 다자적 협력이 요구된다.
7. 한국에 미칠 영향: 지정학의 최전선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단순한 주변국 이상의 영향을 받게 된다. 미중 사이에 위치한 동북아시아의 군사·경제 요충지로서, 한반도는 그 자체로 긴장의 중심이 된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동향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이 개입할 경우, 북한은 전략적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크다. ‘2전선 분산’ 효과를 노리고, 국지 도발 혹은 전면전에 가까운 충돌을 시도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국은 단숨에 전시 체제로 전환되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움직임은 대만 방어와 밀접하게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력 충돌의 현실적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 충격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게 첨단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TSMC의 공급망이 마비되면, 한국 기업에도 반도체 원재료 확보, 고객사 수요 변화, 글로벌 경쟁 구도 등의 다층적인 충격이 올 수 있다.
또한 중국은 한국 최대 무역국이다. 침공에 따른 제재와 역제재가 이어지면, 수출입 경로가 흔들리고 환율, 주가, 원자재 수급 등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급증할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변동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불안과 피로
전쟁 상황은 국민의 일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시 비상체계로의 전환, 징병제 확대, 사이버 테러 위협 증가 등은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고도로 연결된 정보 사회에서 과잉 정보와 공포감, 허위 뉴스 확산은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
한국은 이미 지정학적 긴장 속에 놓여 있는 나라다.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중 구조 속에서 균형 있는 외교, 냉정한 위기 관리, 그리고 시민 사회의 성숙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반도는 결코 전쟁의 뒷자락에 머물 수 없다. 이곳은 언제든 중심이 될 수 있는 자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모든 시나리오가 단지 가정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평화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